공 준 2011.03.10 00:33



Intro : 장률의 한국 여정


지난 3일 4시 30분 CGV왕십리에서 「두만강」(2011) 언론배급시사회 때 기자 간담회 이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10일까지 장률 감독 영화 주간이 열리고 있다. 장률 감독은 정말 느긋하게 대강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중간 중간 깜짝 놀라게 하는 감독의 철학이 나오는데, 이는 꽤나 단단해서 그의 삶과 영화가 용해된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또 확고한 신념으로서 그 자신만의 언어로 흘러나오는 것 같다. 재중 동포인 감독의 이력에서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예상할 수 있는 것만큼 영화가 가지는 경계는 영화마다 걸쳐져 있다. 그의 언어 또한 조사 등이 매우 특이한 느낌을 선사한다.

윤진서를 진서로 캐스팅하기까지...


완전하게 다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잘 못 했는데, 촬영 당시에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 하고 있으니까 어려웠던 점은 지금 보니 더 잘 이해가 가고,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보통 감독들은 인물의 성격으로 배우를 찾곤 하는데, (윤진서라는 배우를) 몰랐는데, 어느 잡지에서 사진을 한 번 보고 알게 됐고, 윤진서라는 배우가 좋게 말하면 표정이나 눈길이나 멍한, 막말하면 미친 듯한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 눈길은 약간 미친 듯한 순간이 보이는데 (실제) 사람은 그렇지 않으니까 그런 인물에 잘 맞추려고 했는데, 별로 둘 간의 토론 없이 인물에 잘 맞아떨어졌다.

윤진서 : 14회차-2주 동안 익산에서 찍어서, 「비스티 보이즈」(2007) 동 기간에 같이 촬영했습니다. 날씨 좋은 날,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앉아있는 게 좋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거기서 만나자 해서 인사동 삼청동 길 걷는데 우리 대화하지 말자고, 말을 안 해도 사람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다고…… 촬영 전까지 이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어느 날 보니 일기를 써서 감독에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감독님은 대개 이상한 매력이 있습니다. 기대고 싶고 …… 어른이란 말이 안 아까운 분입니다.
 
(진서라는 이름은) 영화에서 신경을 써야 되는 게 있다면, ‘이름을 짓는 것’, 이름 짓는 게 너무 피곤해서 …… (그냥 본인 이름으로 하는 것에 대해) 배우들에게 물어보니 좋다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이리」는 희망을 말하지 않는 영화일까?

우리 현실을 보면 많은 것을 덮어놓고 얘기하지 않은데 구석구석 들어가 보면 당하는 진서가 많다. 덮어 놓고 얘기하지 않으면 …… 항상 '희망을 줘야 한다!' 얘기하는데, 감독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지, ‘감독이 희망을 준다.’, 교만하게 말하면 ‘하나님인가?’, 절대 감독은 …… 똑같게 고민하고 똑같게 희망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절대 거짓말은 하지 말자!’, 계속 그런 영화를 찍는 것 같습니다. ‘조금 좋게 말하면 「이리」 같은 영화를 보고 극장 밖을 나가면 그래도 견딜 만하다.’ 영화를 보고 자살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름답고 희망을 주는 영화를 보고 자살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런 영화를 보고 자살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잘 살아야지!’, 그런 마음을 보면 나도 똑같은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잘 하고 어떤 사람은 무뚝뚝하게 하는데, 나는 잘 말 못 하는 축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1. 할아버지가 진서의 냄새를 훔칠 때...

 내가 할아버지면 ‘청춘의 냄새’, 그런데 실생활에도 나쁜 마음은 아닌데 이거 상대방은 대개 큰 폭력이다. 나도 그런 폭력을 당해봤고,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한테 그런 폭력을 줍니다.

#2. No Music, Only sound with 노래방...

 음악과 영화가 같이 있어야 그런 것에 다 관객은 익숙한데, 나는 노래는 잘 못 하지만 노래 듣는 거 좋아하고, 노래방에서 사람들이 노래하는 거 다 듣고 있습니다. 음악을 다 빼 버리고 없으니까 좀 답답한 것이 있습니다. 영화가 좀 지루하고 재미없는 게 좀 많으니까 노래로라도 좀 나오게 하려고 …… 
 
#3. 천사는 언제 오는가?

 ‘천사’ 그거는 생각해봤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천사, ‘천사가 어느 때 오는가?’, 많은 사람들이 생활에서 기다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는 천사가 절대 오지 않습니다. 실제 우리 주변에 있고 우리 마음속에는 있는데, 진서 인물이 내 마음 속에는 천사라고 생각을 합니다. …… 지금 우리 생활에서 정상적인 사람보다 좀 다른 사람들인데 천사의 성분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모든 일의 생활에서 계산부터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얘나 진서 같은 사람은 계산이 뭔지 모릅니다. 성장 과정에 계산이라는 게 들어와서 우리가 되고 있는데, 노인이 될 적에 노인이라 함은 앞에 마지막 갈 길이 조금 남은 사람들, 그렇게 잘 계산하던 사람들 잘 계산하지 못 합니다. 아이나 진서 같은 사람 노인 중에 천사의 성분이 보이고……

#4. 종교는 우리를 구원하는가?

 한국에 와보면 종교 이런 건물들이 많습니다. 선교하는 사람들도 많고 거기에 아무 편견도 없는데, ‘선교’, ‘희망’, ‘천사’ 다 연결되는 게 종교 아닙니까? 태웅이나 진서가 종교적 위로를 받아 해결된다면 이런 일이 없지 않습니까? 그 노력하는 것과 대속에 조금 관심이 있는데, (택시 기사인 태웅이 교회 화장실을 갔다 온다고 하고 도망 친 손님의 에피소드에 관해) 스태프가 얘기한 것을 집어넣은 것입니다. 우리도 이런 환경에 삽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5. 진서의 죽음

 태웅이가 진서를 죽인다 해도 그거는 사랑이 너무 깊었길래 그렇다고 보는데 진서와 태웅을 비교해보면 태웅은 정상적인 사람입니다. …… 정상적 사람은 진서 같은 사람을 보면 연민도 있고, 아픔도 있는데, …… 사람이 행동하면 단순한 원인이 아니고 복합적 원인인데, 사랑과 자기의 불편, …… 진서만 불쌍한 게 아니고 태웅도 …… 진서가 꼭 돌아왔다기보다는 돌아왔으면 좋고 ‘우리를 향해 오고 있지 않겠는가?’

#6. 호명과 정체성

 작년 말에 러시아 조선 마을을 찾아갔는데 나보다도 말을 잘 못 해요. 거기서도 신분, 나도 ‘조선족으로 얘기했으면 좋겠는가?’ ‘동포로 얘기하면 좋겠는가?’, 이것도 시선의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것에 민감할 때도 있었어요. 요즘은 어떻게 불러도 다 편한 감이 나요. 조선족이라고 해도 좋고, 동포라고 해도 좋고 …… 나는 변하지 않아요! …… 사회의 많은 문제가 이름의 문제인 것 같아요. …… 그런데 거기에 민감하면 문제에 해결이 되는가? …… ‘어떤 이름이라도 좋다.’, 요즘은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7. 진서는 진서만큼 힘들었을까?

윤진서 : 찍고 났더니 '살아볼만하다!' 희망을 얻었고, 촬영 당시 정말 불행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거든요. 촬영이 끝나고 났더니 내 이름으로 연기를 해서인지 몰라도 내 친구처럼 그냥 옆에 있더라고요. 고통스럽다거나 정신적으로 그렇진 않았습니다.

 진서를 연기하는 데 행복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 끝나고 나서도 더 좋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8.「이리」와 「중경」의 묘한 겹침

 영화 시작은 「이리」입니다. 「중경」이라는 계획도 없고, '「이리」를 찍자!' 하니까 한국에서 처음 영화를 찍는데 ‘내가 한국을 알아서 얼마만큼 한국을 알겠는가?’ 그럼 내가 아는 「중경」 절반 영화 찍고, 「이리」에서 절반 찍고 ……

 ‘밖에서는 평가가 좋은데 중국에서 볼 때는 아니라고’ 말하면 ‘한국 사람은 이렇게 말하는가?’, ‘혹시 감정이 왜곡되지는 않는가?’ 거기에 대해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윤진서입니다. ‘대사까지 써봐라!’ 찍기는 「중경」 먼저 찍고, 며칠 찍고 끝내고, 「이리」 찍고, 지금도 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공간에서 찍었는데 이 공간, 저 공간 전혀 다른 공간인데 사람들 생활, 사람들 마음은 너무 너무 같습니다.

Epilogue :

「이리」는 윤진서, 엄태웅이라는 배우가 나와서인지 다른 장률 감독 영화와는 달리 조금은 연기자, 배우의 연기가 행해지고 있다. 뭔가 만들어지고도 있다 하는 생각이 약간이나마 들게 했다. 그만큼 그의 영화가 그저 보통 사람 누군가의 삶을 잔잔하게 따라가는 측면이 크다. 10일 7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그의 영화들을 주제로 강연이 열린다. 삶과 영화가 배합된, 삶이 녹아든 영화, 아니 삶을 길어올리는 영화에 대해 진중한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같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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