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7.12.23 01:20

▲ <물속 골리앗>(김모든 연출 및 안무, 김애란 원작) 리허설 장면, (사진 좌측부터) 김모든, 김서윤*(본 공연에서는 주하영 무용수가 출연했다), 박명훈

어둠 속 흔들리는 그네로부터 무대는 열린다. 앞에는 방음되는 사운드판이랄까, 거대한 무대 후면의 벽이 펼쳐진다. 이는 시야를 가로막은 사운드 스케이프로서의 공간을 지시한다. 곧 극장이라는 공간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주어지는 셈인데, 뒤쪽 위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향은 이곳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획하며 이 안의 존재자들에게 하나의 압력을 선사하는 듯 보인다.

퍼포머들의 움직임은 공간과 길항작용을 거치며 발현되는 듯 보인다. 퍼포머들은 어떤 움직임의 심미화보다는 이 안에서의 분포가 중요하다. 적응과 적응에 대한 표현이 중요하다. 공연은 전반적으로 일상과 다른 시공간 속 존재들이 공간을 즉물적이고 환유적으로 조각한다. 퍼포머들의 움직임은 공간에 대한 연기이기도 하다.

바깥에서 이곳을 뚫듯 드릴 같은 노이즈가 출현하거나 바람이 거세게 분다거나 하는 식으로 공간은 바깥을 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안은 신비롭고 내밀한 공간으로 자리한다. 이 공연은 공간에 대한 환상을 다룬다. 공간에 대한 애착이 곧 공연을 추동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공간의 경계인 벽은 수많은 것들의 수납장이기도 해서, 가끔씩 열어서 레코드를 틀기도 하고, 빈 페트병들이 튀어 나오기도 한다.

사실 장마로 잠겨 버린 재개발 아파트에 홀로 남겨진 소년의 모습을 통해 비주류적 약자의 삶을 은유적으로 그리는 김애란 작가의 동명의 원작 소설은 무대화되면서, 갇힌 공간에의 재난보다는 닫힌 공간으로부터의 상상과 그 욕망을 반영하는 데 더 가까워진 듯하다. 주체나 화자 역시 불분명해진다. 빛이 벽의 모서리로부터 새어 나오고 당황하는 모습은 몸과 빛의 길을 합치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마치 나방이 전등 빛에 혼란을 겪는 듯한 모습이다. 경고음처럼 울리는 사운드가 위기를 시각화한다.

▲ <물속 골리앗>(김모든 연출 및 안무, 김애란 원작) 리허설 장면, (사진 좌측부터) 김모든, 박명훈, 김서윤*(본 공연에서는 주하영 무용수가 출연했다)

셋은 한 사람처럼 한데 모여 하나의 움직임을 갖다가 어느 순간 흩어진다. 공간에의 다른 배치는 다른 ‘시’공간을 상정하는 듯하다. 그러나 각자가 상정하는 바를 명징하게 정의하기는 힘들다. 한 명(주하영)이 그네를 타며 구원될 수 없는 혼자만의 시간에 침잠된다면, 한 명(김모든)은 바닥을 휘젓고, 다른 한 명(박명훈)은 음악을 틀고 음악이 된다. 박명훈의 움직임이 인상적인 건 손가락 마디 끝부터 시작되어 온몸으로 번져 가는 음악 자체를 움직임으로 그대로 현상하기 때문이다. 어떤 움직임은 음악 그 자체인 경우가 있다.

거대한 바람이 빈 페트병을 비롯한 세계를 휩쓸어 가고, 바람이 곧 사운드가 꺼지고 모든 게 사라진, 곧 빈 공간에서 여자는 죽은 몸이 되는데, 그것을 일으켜 움직임을 부여하자 마치 남자의 몸의 일부가 된다. 테레민 같은 악기 소리는 유령과 같은 존재를 상기시킨다. 그러나 조명이 꺼진 공간은 환상까지 같이 꺼진 듯 보인다. 허허벌판에서 죽음은 삶을 추동한다. 죽음이 삶을 일으킨다. 마침내 비극은 환상이 꺼지고 실재로서 나타난다.

소설을 연극이 아닌 무용이 작품으로 만드는 경우, 보통 작품은 온전하거나 투명한 재현이 되기 어렵다. <물속 골리앗>은 벽 하나로 공간을 세우고 닫고, 진자 운동을 하는 그네는 바닥과 닿지 않는 바닥에 넘치는 물의 이미지를 가상화하며 떨어질 수도 더 이상 올라가는 것도 불가능한 소설 속 주인공의 닫힌 공간을 잘 그려냈다고 보인다. 문장의 발췌 등을 통한 텍스트의 사용도 전혀 없다는 점은 작품을 열린 해석의 여지로 만드는 지점이 있는 한편, 불확실한 서사의 부분도 안긴다. 결과적으로 청각적인 공간의 배경(은 매력적이나) 그 아래 일부분으로 움직이는 존재자들이 시대에 대한 은유로 기입되기에는 환상적인 측면에서의 표현에 더 방점이 찍히는 듯하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 <물속 골리앗> 포스터


[공연 개요]
ㅇ 공연명: 물속 골리앗
ㅇ 공연기간: 2017년 12월 15일(금) ~ 12월 7일(일)
ㅇ 공연시간: 금 8시, 토/일 4시
ㅇ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ㅇ 연출 및 안무: 김모든
ㅇ 원작: 김애란
ㅇ 출연: 박명훈, 주하영, 김모든
ㅇ 조명감독: 이승호
ㅇ 무대감독: 김진우
ㅇ 기획: 이보휘
ㅇ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ㅇ 주관: 김모든
ㅇ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ㅇ 관람연령: 7세 이상
ㅇ 공연시간: 50분
Buzz this
me2DAY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mikwa@naver.com

[예술 현장에 대한 아카이브와 시선, 온라인 예술 뉴스 채널 Art Scene]
<Copyright ⓒ 2009 아트신 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