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7.03.21 23:36

▲ 춤판 야무 <섬> 포스터

무대 바닥, 각목들을 쌓아 놓은 가변 구조물은 금배섭과의 거리를 두는 섬의 좌표로서 의미를 함축한다. 이는 제도라는 것의 미약한 울타리를 두른 불안전한 자기 지시적 경계를 나타내는 듯하지만, 이는 후반에 신체의 지지대로 사용된다. '예술로써 생존하기'는 예술계 내 하나의 화두로서 가끔씩 드러나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를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작업 <횡단보도>에서 안무가 금배섭은 이미 작품의 지원서를 읽는 등 제도와 결부된 기록과 경험 차원을 복기한 바 있다.

이번 작업의 모티프는 사실상 탈북자이고, 그를 향해 가상의 실제 같은 편지를 전단에 기록했는데, 타자를 향한 제스처와 함께 단순히 타자적 형상을 그대로 취하거나 하는 것이라기보다 상호간섭적으로 파생되어 가는 타자와의 섞임을 드러낸다. 곧 타자의 시선을 입은 채 타자로서 구성되며 스스로를 재구축하는 어떤 일련의 열린 판을 만드는 것이라 하겠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편지는 탈북자 한동만이 보는 시선이 금배섭을 향하는 데서 나아가 한동만을 보는 그의 시선이 관객을 향하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 둘의 사이에 관객은 위치하게 된다. 편지에는 또한 스스로를 촌놈으로 격의 없이 위치시키며 춤판에서 살아남은 것을 일정 정도 대견해 하는 구절도 있는데, 형과 동생의 호칭을 통해 탈북자의 타자적 삶을 연민적 시선 대신 어려운 춤계라는 동등한 차원과 결부시켜 둘의 관계를 건강한 연대로 재구성해 내는 바 있다.

금배섭은 후반 각목을 자신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는 일종의 노동과도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이어 그 안에 들어가서 각목을 늘렸다 줄였다 더하고 빼고 하는 등의 동작을 한다. 섬에 갇혔다기보다 오히려 하나의 섬으로서 드러나는 신체, 숨 쉬는 섬의 유동적 경계, 섬의 바깥을 안으로부터 구성하는 닫히지 않는 섬의 능동적 생성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경계는 안과 바깥에 있어 고정되기보다 안으로부터 생성되며 지워진다.

이런 후반의 신체의 연장으로서 구조물을 만들어 가는 것은 다소 예외적이지만, 전체적으로 안무는 선적인 흐름을 통한 일정 단위로부터 추출된 형태들의 화성을 구성하기보다는 일상 행위와 유사한 동작 등을 근거로 한 현재적 사건들에 결부된 몸짓들로 구성되며,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 자체를 드러내는 동작으로 이뤄진다. 어떻게 이 시간과 몸을 버텨 나가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섬에 홀로 놓인 금배섭의 실존적 행위라고 이 작업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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