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6.04.29 12:53

▲ <빛의 제국>[사진 제공=국립극단](이하 상동)

시종일관 전면에 투사되는 영상은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클로즈업으로 잡고, 도시 풍경을 비춘다. 그것과 대비적으로 회색빛 무대와 인물들의 의상은, 건조한 사무 공간, 그리고 그것에 연장돼 그 속에 위치한 텅 빈 공간에는 말의 자리가 주어진다.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은 인물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말을, 또 영상을 관찰하고, 그 말은 청자를 비껴나며 공허하게 공간에 울린다. 도입부에서 나온 샤워 실에서 이를 닦는 모습에서 소리는 영상의 바깥, 소리가 울리는 공간의 크기를 상정했다. 그러나 이후 영상의 소리는 단락되고, 다만 그건 여느 일상의 이미지 정도의 지위로 추락한다. 거기엔 관찰하는 이의 거리 두기와 함께 반복의 영원이라는 숙명이 쓰인다. 영상은 말이 없는 한편 입자들로 떨리면서 부유한다. 결국 우린 현실로부터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하며, 장마리(문소리 배우)와 김기영(지현준)은 과거를 주억거린다. 장마리의 평범한 에피소드는 결국 그것을 전하는 것 이상을 넘지 못한다. 곧 그건 단순히 기억을 재현하기만 하면 된다. 일상의 무의미함이란 범주에서 그것 역시 벗어나지 못한다.

모든 키는 결국 김기영이 잡고 있는데, 그는 어둠 자체를 머금는다. 곧 침묵은 어둠과 같고, 말은 그 어둠 속에서 어둠을 입고 나온 흐릿한 빛에 가깝다. 빛과 어둠, 말이 그렇게 뒤섞인 무대에는 폐쇄된 공간의 벗어날 수 없음에 대한 상기와 함께 떠도는 기억만이 무의미로 자리한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김기영이라는 이에 대한 호기심과 매혹은 결국 이 세계에 아무것도 쓰이지 않는 공허와 영원한 시간의 가운데 자리하는 그의 침묵과 어둠을 먹은 말로부터 비롯되며, 결국 아무것도 규명하지 못하며 그의 침묵에 갇힌다.

마지막에 그가 뻗은 손가락에 맺히는 빛으로부터 일시적으로 생긴 출구는 빛의 제국을 상정하면서 동시에 말이 끝나는 순간, 어둠이 잠시 말을 멈춘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이 작업을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를 형성하는 것으로 추적해 나가거나 인물들의 관계의 개연성으로 짚지 못하는 것은, 결국 이 작품이 유폐된 시간 속에 떠도는 의식들의 형체 없음을 어둠(과 빛)으로 드러내는 데 그쳤기/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에서 그 어둠을 머금는 김기영, 곧 지현준을 보는 건, 보는 것만이 꽤나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Buzz this
me2DAY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mikwa@naver.com

[예술 현장에 대한 아카이브와 시선, 온라인 예술 뉴스 채널 Art Scene]
<Copyright ⓒ 2009 아트신 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