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4.12.29 11:03

‘Defaced’의 퍼포먼스는 손전등을 켜고 자신의 책에 나온 단어들을 띄엄띄엄 읽는 조현아와 그 텍스트에 미끄러지며 따라 가는 사운드 재질·표면을 만드는 홍철기, 두 존재의 대면에서 성립되는 말과 응답에 가까웠다. ‘여기’와 ‘저기’ 같은 변별/대립되는 두 단어의 의미 맥락은 스피커의 위치 전환적 변환과 맞물렷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어는 알아들을 수 없었고, 이는 어둠에서 나왔고, 어둠을 나타냈다. 단어들은 어둠 속 미약한 빛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보였던 것에 가까웠다. 


이런 저장되지 않는 언어의 망각으로서의 명명은, 작가의 감정이 배이지 않은 떠도는 단어들 그 자체였고, 정확치 않아 어둠의 공간으로 분포, 그리고 곧 사라지기에 전적으로 무의미했다. 사운드의 따라 붙음의 좁은 ‘간격’은 다시 텍스트의 긴 침묵 이후 생성되는 문장의 간극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어둠을, 어둠의 빛을, 빛에 배인 어둠을 듣는 것과 같았다. 


조현아는 낭독을 멈추고 조명기로 빛을 앞으로 투사하는데, 거기에도 소리가 묻어 있었다. 이 빛은 어떤 시야의 확보였고 열림이었다. 길을 만드는 것과 같았다. 관객은 어둠 속에 머물러 있었고 그 조명기를 이동함에 따라 빛의 좁은 도로가 만들어졌고, 바닥의 질감이 만져질 듯 선연해졌다. 그녀가 빈 프로젝션을 딸깍딸깍 작동시켰을 때, 빛은 아무 형태도 담지 않고 벽에 빛 밝은 공간만을 남기고 사라지고 그렇게 위치를 바꾸며 공간을 반영하며 이어졌다. 흰 종이로서 빛과 검은 어둠의 짜임은 잘 읽을 수 없는 텍스트였던 셈이다. 들리지 않는 빛과 보이지 않는 어둠의 어떤 유기적 배합이었던 셈이다. 


그녀는 자신의 책들을 들고 오고 찢고 드럼 통 속에 넣고 불을 지폈다. 이는 (전시) 공간 바깥에서 이뤄졌다. 관객은 연기처럼 흔적 없음의 텍스트의 해체와 바람과의 재혼합/재구성 속에서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애초 전시장은 사물의 투사된 벽과 그 질감으로 구성됐다. 그것이 만드는 모눈종이 같은 가상의 무늬-질감은 곧 환영의 텍스트이다. 실재를 변형·전환·연장시킨 또 다른 하나의 공간감적 텍스트이기도 했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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