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2.08.18 14:59

최수앙, 'The Speaker 와 The Listener',  ‘아르코미술관 2012 주제기획전’ <플레이그라운드> [사진 제공=아르코미술관]

딱딱한 미술관이 ‘놀이터’가 된다? 바로, 오는 9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소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아르코미술관 2012 주제기획전’ <플레이그라운드>를 말한다.

이번 전시는 즐거운 온갖 놀이가 벌어지는 놀이터에서 ‘불안’ 요소를 끄집어낸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노는 것으로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역설적으로 아이들만의 다툼과 소외, 위계 구조가 꿈틀댄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 놀이터로 비유된 한국 사회는 자살률, 이혼율, 사교육비, 저임금 및 비정규직 노동자비율, 근로시간, 노동 유연성, 산재사망자수 등의 지표에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9명의 작가들은 이러한 성장과 경제 개발 위주의 한국 현실의 이면에 담긴 ‘불안’에서부터 출발한다.

 

16일 열린 ‘아르코미술관 2012 주제기획전’ <플레이그라운드> 개막식에서 오프닝 무대를 맡은 하헌진

싱 어 송 라이터 하헌진이 16일 열린 전시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최근 미술관들은 개막식에서 가수를 부르는 게 하나의 유행처럼 퍼져 있는 듯 보인다. 소리가 없는 이미지들, 대부분 고정된 오브제의 작품들에 생기를 부여하는 측면에서 소규모 라이브 콘서트는 개막을 축하하는 의미에서나 미술관이 갖지 못한 측면을 보완하는 측면이 있다.

‘지난 한 해’라는 곡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로 시작되며, 매우 뜬금없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 같은 언어가 특징이다. 이어진 ‘너무나 오랜 시간’이라는 노래는 환상적인 기타 선율이 마치 서부 영화만의 호쾌함과 그 특유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그의 목소리를 감싸고도는 게 인상적인 곡이었다. 

하헌진의 미학은 그의 목소리를 죽 이어가는 가운데 어떤 서사의 흐름을 만들기보다, 마치 혼잣말을 하듯 퉁명스레 목소리를 내뱉는 그의 내면으로 소급되며, 연주는 또 다른 목소리로 생생하게 살아난다는 데 있다. 멋들어진 목소리는 그 특유의 정체성을 항변한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매우 낭만적인 데다 단지 아날로그 기타 한 대만이 자리하지만, 타협하지 않는 저항과 전복의 의미가 새겨진다.

‘개’라는 노래는 반전을 꾀했고 현란한 손놀림과 그에 따른 기타 선율이 뒤따랐다. 하헌진은 ‘행복한 시간’이란 노래로 무대를 마무리 지었다. 아기자기한 기타 선율이 따뜻했고 반복되는 행복한 시간들이여 “나를 버리지(또는 떠나지) 말라”는 가사가 인상적이었다.

육태진, '숨', ‘아르코미술관 2012 주제기획전’ <플레이그라운드> [사진 제공=아르코미술관]

놀이터라는 콘셉트는 큐레이터의 별도 설명 없이 전시 투어가 이뤄지는 것으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그 안에서 역설적인 측면으로 제시되는 균열의 지점을 보여준다.

오인환 작가의 영상 작업인 ‘태극기 그리고 나’는 태극기 봉이 삼단으로 나뉘어 바람에 깃발이 휘날리는 것과 같이 좌우로 흔들리며 소음이 삽입되어 위태로운 균형의 장면들이 만들어진다. 임선이 작가의 기념비 위에 오른 정교히 조각된 두 고양이는 궁지에 몰린 모습이다.
정주하 작가의 원자력 발전소를 배경으로 흔들리는 바다의 잔물결이 감지되는 사진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심어 준다.

김상돈 작가의 비디오 작품 <4분간 숨을 참아라>의 엔딩 크레디트는 수난의 한국 역사 속에 죽어간 이름 없는 사람들의 ‘무연고 묘지’들이 국가의 국제자유도시 구상의 일환으로 사라질 예정에 있음을 전한다. 역사의 흔적들 담고 있지만, 실은 꽤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비치는 영상이다.

김기철, '화양', ‘아르코미술관 2012 주제기획전’ <플레이그라운드> [사진 제공=아르코미술관]

김기철 작가의 전시는 하나의 방 안에는 여러 대의 스피커가 위치해 있는 것으로 구성된다. 한편에서는 일종의 스피커가 샘처럼 사운드를 흘려보내고 또 다른 곳에서는 목소리로 나타난다. 사운드에 둘러싸여 분간할 수 없는 겹겹의 사운드가 단편적으로만 들려 관객의 시선과 해석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육태진 작가의 영상 작업은 숨을 쉬며 사람이 부풀어 오르는 작품과 시계 속에서 앉아 있는 사람이 돌아가며 커졌다 작아짐을 반복하는 작품으로 나뉘는데, 존재를 공기처럼 불안정한 기체와 표면의 이미지로 그려 그 불안감을 극대화시킨다.

공성훈, '낚시', ‘아르코미술관 2012 주제기획전’ <플레이그라운드> [사진 제공=아르코미술관]

공성훈 작가의 화려한 색감의 매끈한 유화 작업들은 도시의 강가에서 석양을 받으며 낚시를 하는 사람을 그리는 등 아름다운 풍경 아래 뭔가 이질적인 시선이 개입되어 있다. 사람이 없는 복도의 적막을 포착한 노충현의 유화 작품은 담담한 시선 아래 그 숨 막힐 듯한 폐쇄성을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드러낸다. 
 
9작가의 작품들은 그 불안이라는 주제에 맞게 불안정한 리듬을 형성하며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한편, 그 혼란의 불안을 통해 관객을 그 불안을 본다기보다 체험한다는 느낌에 들게 한다.

즉 일반적인 미술관에서 갖는 편견인 고정된 것들을 고정된 자세로 관람한다는 느낌보다는 관객을 심리적으로 유동케 하고, 이 불안 속에서 우리 사회를 새롭게 진단하는 시선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회화보다 영상, 사진, 설치 작업들이 주를 이루는 것도 한몫하는 부분이다.

전시는 무료로 진행되고, 입구에서 티켓을 발권해 입장이 가능하다. 여러 부대 행사도 마련된다.
23일 공성훈·정주하 작가, 30일 김기철·노충현 작가, 다음달 6일 김상돈·임선이 작가 순으로, 미술관 1층에서 세 번에 걸쳐 참여 작가들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된다. 또 이택광 문화평론가를 비롯한 네 명의 패널이 참가하는 한국사회의 불안과 20대를 주제로 한, ‘20대와 함께하는 커피토크’도 다음달 20일 미술관 1층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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