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2.07.27 12:22

▲  ‘노동당사’ 건물 ,《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오는 9월 16일까지 강원도 철원 일대의 DMZ 접경 지역에서 사무소가 주최하는《리얼 DMZ 프로젝트 2012》展이 열린다. DMZ(Demilitarized Zone)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이자 휴전지인 한국 내 남북한의 군사 분계선 주위의 ‘비무장지대’를 일컫는다. 3년여의 한국 전쟁이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각 2 km 떨어진 곳에, 무장이 허용되지 않도록 협정된 일종의 군사적 완충 지대이다.

▲ 일제시대에 지어져 분단 이전 서울과 원산을 잇는 열차가 지나갔던 월정리역 ,《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이 중 강원도 철원은 전체 DMZ 면적 가운데 약 삼분의 일이 포함되어, 가장 넓고 긴 DMZ를 포함한다.
사전적 의미 외에 DMZ에는 설정 당시 미국과 소련의 강대국 이데올로기의 팽팽한 대립 구도의 시선이 가로 놓였다. 이후 남북 관계의 ‘가깝지만 먼’ 상징적 가치로, 내지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천혜의 자연이란 ‘평화를 일시적으로 간직한, 임시적인 평화의 모습’이 전쟁의 흔적과 분단이란 단절의 대립각을 은폐하는 ‘유예된 전쟁의 아이러니적 의미에서의 평화 공간’으로서 또한 ‘전쟁이 부재하는 공간’으로 기입되며 DMZ는 단지 미디어를 통해서만 반영되어 왔다.

▲ 일제시대에 지어져 분단 이전 서울과 원산을 잇는 열차가 지나갔던 월정리역 ,《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동시에 DMZ는 경제개발의 시기와 신자본주의의 경쟁의 속도를 지나치는 가운데, 우리의 일상에서 사유되지 못하는 하나의 맹점으로 은폐되어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관심을 가진 것은 이러한 세계 유일한 분단의 현실을 인류적 차원에서의 윤리적 과제로 주목할 수 있는 진정한 외부자 내지는 객관자들이었던 것 같다.
이번 《리얼 DMZ 프로젝트 2012》에는 DMZ에 평소 관심을 갖던 외국 작가들도 포함되어 있고, 예술가의 시선에 따라 곳곳에 이데올로기적 전략이 일상의 전술적 차원에서 재배치되고 있다.

남북을 포함해 국토의 정중앙인 철원은 내년이 DMZ가 설정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철원군 서경원 부군수는 군사 안보가 우선시되는 가운데 주민들이 겪었던 생계에 대한 위협과 고충은 굉장히 컸다고 전했다. 철원군은 팔십 퍼센트 정도가 일차 산업에 근무하며 농사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마을 사는 사람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산업화와 도시화, 경제 개발의 물결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비껴나간 곳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전시는 철원군청에서 주관하는 ‘철원안보관광’의 코스를 따라 진행되지만 그 순서를 다르게 가져간다. ‘안보’와 ‘관광’이라는 두 개의 공존할 수 없는 개념이 조합된 용어에는 냉전체제의 흔적이 묻어난다.

철원안보관광은 철원 인근의 안보 및 전적지, 사적지들을 보존 관리하는 ‘철의삼각전적지 관광사업소’에서 출발하여 1970년대에 발견된 북한의 남침용 땅굴인 ‘제2땅굴’, 중부전선 최북단 접경을 조망할 수 있는 ‘철원평화전망대‘, 일제 강점기에 지어져 분단 이전 서울과 원산을 잇는 열차가 지나갔던 ‘월정리역‘과 전쟁 전 번성했던 철원의 흔적을 간직한 옛 ‘노동당사’ 건물 등이 포함된다.

▲ 철의삼각전적관 2층 전시실에서 노순택 작가,《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철의삼각전적관 2층 전시실에는 기존의 안보 전시물과 함께 노순택의 사진이 전시된다. 간첩들이 가지고 있었던 소유물들인 비망록‧여권‧항공권‧명함‧수첩‧사진 등과 수류탄‧포탄‧자동소총 등의 실물 모형과 그것들을 전체로 담은 사진, 해병대 연평전투 연평도 분향소의 군인들의 모습 등을 담은 사진 등이 기존 안보 전시물들이다. 평범한 만년필은 이 안에서 독침으로 활용 가능한 무기의 의미로 재코드화된다.

이 정교하게 북한 간첩과 ‘적’의 흔적을 구성한 본래의 전시에 노순택 작가는 전시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을 중간 중간 배치해 구분이 안 되게 만들어 전시의 영역을 새로이 만든다. 이는 자료와 전시가 혼재된 상태이기도 하지만, 명확한 현실의 증거로 기능하는 자료들의 가치 계열을 벗어나서는 안 되는 창작의 마지노선이 암묵적으로 전제되어 있다.

반면 이 중간 중간 이 전시 자체라는 하나의 세계에 침잠되어 있는, 그 바라보는 주체로 계열화되는 관객들의 뒷모습을 통해, 동시에 이 전시 자체를 하나의 미디어로 반영하는 거울 기능으로서 무미건조한 사진의 전략을 통해 아무 것도 도출되지 않는 이 시선의 제한적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곧 이 중간 중간의 구분되지 않는 작품들로 말미암아 이 은폐된 시선에 대한 인식과 현실의 재배치, 탈영토화를 가능케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철원 땅굴을 향했고 그 가운데 투어 가이드의 철원에 관한 전문 해설을 들었다. 학이 막 내려앉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 974미터 금학산도 스쳐지나갔다. 곳곳에 철원 쌀이 ‘오대 쌀’이라는 홍보 문구들이 있었는데, 이는 철원의 기후‧토지 등이 맞아떨어져 국내 ‘오대 쌀’이라는 수식어가 가능하다.

철원군은 “민간인통제선”, “북방‧남방한계선” 등의 용어가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곳이기도 하다. 민간인 통제선 안 농사를 짓는 데 있어 특별히 발급받은 영농증을 가지고 들어오는 시간과 나오는 시간을 지켜야 한다.

‘노동당사’ 건물: 1/2층으로 된 상하수도 시설이 보인다 ,《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노동당사는 다섯 개 부락에서 쌀 이백 가마씩과 노동력을 착취해 지었으며, 남한을 향해 지은 건물로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물이다. 철근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건물 벽돌과 시멘트 족적만으로 지었고, 전쟁이 나면서 남한과 연합군이 북쪽으로 북한을 밀고 올라가면서, 승리의 자축으로 전차를 타고 올라 계단들이 깨진 형태로 남아 있다.

이곳은 고문을 받아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벽으로 되어 있고, 일이층 구조의 수세식 화장실은 수도 시설이 되어 있던 곳임을 반증하며, 실제 마을의 오백가구 정도가 상하수도 시설을 이용했다. 이 건물 바깥에서 포로들의 목숨은 일말의 고려 없이 순식간에 날라 갔다. 여기에 수많은 살육의 자취가 나왔지만, 이 위에는 이후 무궁화를 심었다.

▲ 노동당사 앞에 자신의 작품 <나의 성스러운 처소(My Saintly Shelter)>를 설치한 김량 작가,《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아버지가 실향민인 작가 김량은 자신을 북한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심해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노마디즘’ 작가로 소개했다. 지역 주민들이 활용하는 모지게(모판에서 뜬 모를 지어 나르는 지게)의 철근의 녹과 색깔을 제거하고, 페인트칠을 더했다. <나의 성스러운 처소(My Saintly Shelter)>라는 작품이다.

▲ 노동당사 앞에 <나의 성스러운 처소(My Saintly Shelter)>,《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일종의 레디메이드 콘셉트가 들어간 작업으로 일상적으로 쓰일 수 있는 오브제는 농사짓지 않는 사람에게는 생소한 오브제가 된다. 모를 심는 모판들을 사이사이 다 끼워서 논으로 가져가서 모내기를 할 때 쓰는 모지게는 보통 농민들이 직접 만들어 쓰는데, 장소 특정적 미술을 목적으로 한 작가에 의해 발견되어 작품의 쓰임을 얻게 된 오브제가 되었다.

이를 통해 아버지가 잃어버린 집과 외국에서 생활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한국 전통 가옥의 디귿자 모형을 반영하고, 일괄적으로 같게 만들어졌던 이스라엘의 키부츠 마을을 본따 만든 선전 마을의 집들은 전망대에 전시되고 있다.

실제 인터뷰를 통해 알아 낸 DMZ 접경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뢰 제거 작업을 하는 등 개간 작업이 많이 힘들었다. 전방이라 유사시에 전쟁에 참여해야 하고, 비무장지대가 지금처럼 정형화되어 있지 않을 당시에는 북한의 많은 도발이 이뤄졌다.

작가의 아버지는 전쟁 시기 입대를 하고 나서 전쟁 기간 동안 전쟁을 반영한 영화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됐다. 자신의 손을 잡고 아버지가 영화관에 데려갔던 기억을 통해 작가는 이 설치 작업에 또 하나의 집이라는 개념과 함께 빛과 어둠이라는 영화의 기본적인 성격에 맞춰 라이팅(lighting) 작업을 더하려고 한다.

전쟁 시 대전차 지뢰를 묻는 곳이 도로 중간 중간 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어 이동 중 수십 차례의 접전이 치러졌던 ‘백마고지’가 아득하게 보였다.
이곳은 중공군과 우리 군의 수많은 죽음 이후 비가 오면 핏물이 흘렀다는 데서 피의 능선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어 북한과의 최근접했음을 알리는 남방한계선을 바로 앞에서 보며 지나갔다.

▲ 월정리역 내 노순택 작가의 <살려면 vs 왔으면(가제)> 시리즈,《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땅굴체험을 노순택 작가는 모자를 쓴 북한군 병사를 만나러 가는 과정으로 묘사했는데, 한편 땅굴에 머리를 박지 않기 위해 머리를 계속 피해야 하는 그 뒷모습이 작가에게는 춤을 추는 장면들로 인식됐다고 했다. 사진은 앞선 철의삼각전적관에서의 작품처럼 뒷모습만 제시되어 있다.

▲ 월정리역 내에서 자신의 설치 작품 <오인사격(Friendly Fire)>을 설명 중인 김실비 작가,《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김실비의 비디오 설치 작품 <오인사격(Friendly Fire)>은 두 사람의 파편화된 서사들이 중첩되는 순간을 맞는다. 전쟁과 성 정체성, 그리고 미래에 대한 판타지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영상 주변에는 작가에 의해 ‘미래에서 온 유물’이라 명명된 설치물들이 있다.

영상에 덧입혀지는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은 남북한 관계를 조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동족상잔의 비극’이란 수사를 바탕으로 하고, 두 남성을 남북한을 두 남자의 동성애적 근친 관계로 개체화시켜 상정하여 드라마를 완성한다.

이는 이 동성애 관계에 있는 두 남자의 육체가 마치 개별 신체를 넘어 하나의 국가적 영토로 확장‧분화되며 탈영토화되는 모호한 경계를 그리는 것처럼도 보인다.

작가는 현대인이 미디어를 통해야만 동시대를 접할 수 있고, 현실에 도달한다는 것에 착안해 영상 작업에 반영하는 한편, 유의미할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도 큰 작업들을 미리 발굴한다는 의미에서 철원군을 다니면서 쓰레기를 많이 주었고, 통신국 기지국 주변에서 자연과 조화가 잘 되게끔 치장해 놓은 소나무의 솔잎들을 ‘발굴’했고, 시멘트‧콘크리트 덩어리들을 주변에서 채집해서 작품화했다.

▲ 김실비 작가의 설치 작품 <오인사격(Friendly Fire)>,《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작가가 ‘미래’축 좌표에 작업을 놓고 명명함은 일종의 가상적 가치를 지닌다. 곧 현재에 없 것들을 가상의 축에 놓고 상징화하고 작품화하며 의미 부여를 한다. 소박한 오브제들의 의미는 그 미래의 가치를 띠는 작품 자체가 되고 오브제를 지배하며 이 오브제를 뛰어넘는 가치가 된다.

다시 평화전망대를 향하는 길,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고 꽤 운치가 있었지만 왠지 우울한 느낌을 주는 호수를 발견했다.

▲ 평화전망대 탑승관에, 남북한 경계 지역에서 근무하는 익명의 남한과 북한의 경비 군인 초상들을 대형 현수막에 프린트하여 설치한, 사이몬 몰리(Simon MORLEY)의 <경계인(Edgemen 1)>,《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 디륵 플라이쉬만(Dirk FLEISCHMANN)의 철원평화전망대로 가는 모노레일의 유리창 위에 다양한 텍스트를 옮겨 놓은 <의미읽기(Reading Meaning)>,《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디륵 플라이쉬만(Dirk FLEISCHMANN)은 철원평화전망대로 가는 모노레일의 유리창 위에 DMZ 접경의 철원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표지판들에 주목하여 누구의 언어인지 불분명한 군사적 지침 사항, 역사적 정보, 경고를 나타내는 표지판 텍스트들을 옮겨 놓았다.

일상의 고착화된 언어를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전유(appropriation) 형태이자 그것들을 심미적 기능에 접목한 재배치 형태이다.

 “수풀이 우거진 곳과 바위들이 많은 지역은 지뢰가 자주 발견되는 지역이므로 출입을 일체 금합니다”, “간첩 및 테러범 신고는 전국 어디서나 1337번”의 문구 등을 볼 수 있다. 매우 아기자기한, 화이트로 조금은 서툴고 조심스럽게 쓴 것으로 보이는, 장식용 무늬와도 같은 모노레일 유리창에 그려 놓은 문구들은 이 금기의 명령어들의 의미를 해체하고, 이 풍경과 함께 하나의 심미적인 측면으로 이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재개념화한다.
오히려 그는 이 이데올로기에 매우 무심한 듯, 무지한 듯 보이며 이 심미적 그림의 판을 짜고 있는 것이다.

평화전망대 관람실 2층에는 며칠 동안 부대 안에서 지내고 군인들의 생활을 촬영한 아직 편집이 끝나기 전의 임시로 틀어 놓은, 프랑스 작가 아망딘 페노(Amandine FAYNOT)의 영상 작업 <248>이 있었다.

작가는 군인들의 생활을 보며 그 상황에서 희한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훈련을 받지만 언제 훈련이 쓸모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 작가로서는 황당하게 인식됐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나타는 생경함은 일종의 부조리함으로 이어진다. 물론 군사 기밀로서 누설될 수 없는 현장에 대한 촬영 허가를 받기 쉽지 않았고, 촬영은 6월 말에서 7월 초에 네 개 부대에서 일주일 정도 진행됐다.

▲ 김량 작가의 <집의 재생력 2: 경계에서 꿈꾸는 집(Regeneration of the House : A Dream house by the border)>,《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그 옆에는 김량 작가의 영상 작품이 두 개의 모니터를 통해 나오고 있었는데, 철원군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였다. 프랑스 십칠 년 동안 거주 중인 상태의 작가는 DMZ 부근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을 몰랐다가, 민통선 안에 들어와서 그들의 사는 것을 보니까 일반 농민들과 똑같은 일상성과 보편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경이로웠다고 전했다.
오월 초부터 두 달간 여 진행한 인터뷰 작업은 삶의 철학에 초점을 맞추면서 어떻게 정착하고 집을 지으며 살아가게 되는지 초점을 맞췄다. 주민들은 하나 같이 통제 받는 게 제일 힘들었고 통제 받지 않는 지금은 행복하다는 입장이다. 청정지역이자 이북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는 점 등도 행복함의 요인이다. 우리에게는 위험해 보이지만 이들은 정작 여기 살면서 어떤 위험도 느끼지 않는다.

▲ 철원평화전망대 옥상에 설치된 노순택 작가의 작품,《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전망대 옥상에 오르자 ‘사진 촬영 금지’ 문구가 넓게 펼쳐진 초원을 마주하기 전에 보이며, 시선의 경계와 금기를 기입한다. 여기에 노순택 작가는 앞선 사진을 통한 있는 그대로의 보여주기로서 패러디를 형성한다. DMZ를 넘어 북한을 향해 뻗어 가는 군인의 뒷모습을 응시하는 사진을 통해 작가는 어떤 경계를 찍지 말라는 것인지 또한 이 사진 자체를 찍으면 어떻게 되는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되묻는다.

▲ 자신의 작품 <숨겨진 저항(HIDDEN RESISTANCE)>을 설명 중인 프랑스 작가 프랑소와 마자브로(François MAZABRAUD),《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프랑스 작가 프랑소와 마자브로(François MAZABRAUD)의 <숨겨진 저항(HIDDEN RESISTANCE)>은 여러 대 설치된 망원경들과 다를 바 없지만, 이 안에 삽입된 이미지가 풍경을 대신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작품으로 두드러져서 드러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프랑소와 마자브로(François MAZABRAUD)의 <숨겨진 저항(HIDDEN RESISTANCE)>,《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실제 촬영을 한 것과 그래픽 디자인을 더해서 풍경인지 작업인지 모호하게 된 형태의 작업은 길게 보고 있으면, 빨리 지나가는 풍경들에서 경계선상에 처한 한 인물의 상황을 발견하게 되어 있다. 작품과 실재의 혼재된 풍경 또는 작품이 실제를 재매개하고 대리하는 광경이다.

▲ 자신의 작품 <디스로케이티드 시네마(Dislocated Cinema)>을 설명 중인 니콜라스 펠쳐(Nicolas PELZER) 작가,《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전망대의 망원경 옆에 위치한 니콜라스 펠쳐(Nicolas PELZER)의 <디스로케이티드 시네마(Dislocated Cinema)>는 하얀색 유리창이 그 자체로는 투명하지만, 바깥 DMZ 풍경을 불투명의 흔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었다. 벽면을 펼치면 16:9의 스크린 비율을 띠게 된다.

▲ 니콜라스 펠쳐(Nicolas PELZER)의 <디스로케이티드 시네마(Dislocated Cinema)>,《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작가는 전망대를 여러 지역에서 관찰한 결과 그 공통된 부분이 시네마처럼 좌석이 배열되어 있고, 외부를 볼 수 있도록 건축이 되어 있고, 아름답고 환상적인 풍경에는 강한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이러한 시각을 교정하기 위한 장치로서 이 풍경에 대한 셋업 된 프레임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요는 풍경 자체가 불투명하게 보이면서 실제 바라보이는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주로 작가는 설치에 집중하는 편인데, 한국에서는 자신의 작업을 리서치 차원에서 진행시키는 차원에서 포스터 형식으로 완성해서 책에 끼워 넣는 형식의 ‘삽지’란 잡지를 만드는 데 자신의 글 작업을 투여하기도 했다.

▲ 자신의 작품 <비무장 지대 10리(里) 길… 기다림(WaitingTogether10lifromDMZ)>을 설명 중인 이주영 작가,《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이주영의 <비무장 지대 10리(里) 길… 기다림(WaitingTogether10lifromDMZ)>은 안보투어를 재구성해 낮과 밤의 신으로 나뉘어 십칠 분 영상으로 기록했다.

▲ 이주영의 <비무장 지대 10리(里) 길… 기다림(WaitingTogether10lifromDMZ)>는 영상 작업과 설치, 텍스트 등으로 이뤄졌다,《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실제 안보투어는 전시 투어와는 달리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제국주의의 흔적들을 실제 자세히 더듬어 나가는 가운데 낯설고 생소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안보 상업주의”를 위한 관광 사업에서의 철원의 모습들이 드러난다.

▲ 황세준 작가의 작품,《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황세준 작가의 작품에는 전망대, 땅굴, 전쟁, 헬리콥터, 동물, 동학의 제2대 교주 최시형 등의 이미지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되어 있다. 전망대에서 DMZ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제일 좌측에 놓이는 게 일종의 작품의 시작점이자 물음이라면, 이후 오른쪽에 길게 펼쳐져 이어지는 이미지들은 그 망원경을 통해 ‘무엇이 보이는지’에 대한 해답으로 보인다.

파트타임스위트(Part-time Suite)의 비디오 설치 작업, <드롭 바이덴(DropByThen:Video)>에서 선착장 가 사람들은 멈춰 있고 강 소리와 새소리 등 주변의 소리만이 강조되어 마치 그 소리를 사운드 아트처럼 제시한다.

시각 이미지는 매우 느리고 변화 없는 가운데 하나의 초점으로만 건조하게 내버려 두고 있다. 세 사람의 시선을 담은 영상 가운데, 앞의 이미지는 그 마지막 영상의 장면이다.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 현장음은 이들의 저작권으로 주장되는 부분이 또한 인상적이다.

▲ <청주샹들리에조합>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작품을 만들어 온 디륵 플라이쉬만,《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투어의 마지막 순서는 제2땅굴이었다. 돌에 구멍을 뚫어 다이너마이트를 꽂고 폭파시킨 후 철로를 함께 동시에 돌을 긁어내는 식으로 만들어진 땅굴은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병사가 폭발음을 처음으로 듣고 나서, 이후 시추공 작업으로 이어졌고, 역으로 땅굴을 파서 그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다.

오백 미터의 땅굴을 가는 경험은 그 높낮이의 울렁거리는 공간에 맞춰지는 경험의 가속과 인공이 투여된 자연의 생경함과 컴프레서로 환기시켜 에어컨 냄새가 섞이는 묘한 경험이 특별하다. 이러한 이동과 숨은 동굴로서 자연과 폭파라는 인공적 환경 사이에서 하나의 스펙터클적인 경험의 선분을 이룬다.

▲ 디륵 플라이쉬만과 신형철 작가의 <청주샹들리에조합>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작품,《리얼 DMZ 프로젝트 2012》전시 투어 프로그램에서

이 땅굴에서 디륵 플라이쉬만은 신형철 작가와 함께 <청주샹들리에조합> 프로젝트를 발전시킨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샹들리에는 응당 높은 곳에서 그 화려함을 뽐내는 것이 맞지만 이는 거울 위에 해체된 채 낮게 위치해 있다. 거울은 그 위 동굴도 함께 비추고 있다. 샹들리에를 해체해 놓음은 신형철 작가의 아이디어였고, 그것을 거울 위에 둠은 디륵의 아이디어였다.

임시로 설치된 작품도 있었고, 특히 영상 작업의 경우 모든 작품을 세세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전시 투어의 개념을 갖고 보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그저 무심히 지나쳐 버릴 만큼 전시는 장소 특정적으로 공간들에 연결‧접착되어 있는 작품들이 많은 편이다.

투어는 오전에 출발해 왕복 다섯 시간 정도 서울과 철원을 오가는 시간 외에, 네 시간 정도의 투어 일정이 이어졌지만, 지루할 틈 없이, DMZ에 대한 체험적 사유와 그 속에 시각적 장치들을 통한 예술가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전략, 실제와 가상의 교차와 전복의 지점들이 인상 깊었던 시간이었다.


[전시개요]
전시 제목: 리얼 DMZ 프로젝트 2012 (REAL DMZ PROJECT 2012)
전시 장소: 강원도 철원 DMZ 접경지역
    (철원안보관광 코스 중 철의삼각전적관, 제2땅굴, 평화전망대, 월정리역, 노동당사 등)
참여 작가: 총 11명(팀)
아망딘 페노 Amandine FAYNOT, 디륵 플라이쉬만 Dirk FLEISCHMANN, 황세준 HWANG Sejun, 김량 Lyang KIM, 김실비 Sylbee KIM, 이주영 Jooyoung LEE, 프랑소와 마자브로 François MAZABRAUD, 사이몬 몰리 Simon MORLEY, 노순택 Suntag NOH, 파트타임스위트 Part-time Suite, 니콜라스 펠처 Nicolas PELZER

전시 작품: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15여점
전시 기간: 2012년 7월 28일 ~ 9월 16일 (총 43일, 매주 화요일 9월 9일 휴무)
관람 방법
1) '철원안보관광' 참여를 통한 관람
   ① 시간: 9:30am ~ 2:30pm 안보관광 투어 진행 (매주 화요일 휴무)
o 주중 관람: 개인 관람(자가용) 출발 시간 9:30, 10:30, 13:00, 14:00 (4회)
            단체 관람(25인승 이상 버스) 출발 시간 9:30~14:30까지 개별 출입가능
o 주말(토,일) 관람 : 셔틀 버스 이용 (25인승 미만 차량, 개인차량 이동불가)
   ② 요금: 주중 성인 4,000원 주말(셔틀버스이용) 성인 8,000원
* 철원안보관광 문의: 033-455-5558~9 www.cwg.go.kr/tour/sub.html?menuKey=129
2) 전시 투어 프로그램
 일정: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총 8회)
 출발지: 아트선재센터 앞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87 (소격동 144-2))
 출발시간: 오전 9시 30분
 요금 및 참여 인원 : 30,000원 (1회 투어 최소 인원 35명)
 예약 방법: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신청 www.realdmz.org
기획 및 주관: 사무소
주최: 리얼DMZ프로젝트 기획위원회, 양지리 철새마을
후원: 철원군, 주한 프랑스문화원, the Institut für Auslandsbeziehungen e.V.(ifa)
문의: 사무소 T. 02-739-7068 www.samuso.org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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