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2.07.17 13:42

 

 

 

 

 

 

 

오마이스타에 기고한 글을 원본으로 합니다.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757620

 

이 기사는 어떤 다른 기사에 대한 반론적 차원에서 또는 그 기사에 대한 패러디 차원에서 감행된 메타 비평 차원의 글입니다. 그렇지만 또 하나의 독자적인 글의 생명을 얻고자 하는 의도 아래 쓰인 글입니다. 따라서 이 기사는 굳이 그 기사를 여기서 언급하지만은 않을 요량입니다. 즉 어떤 하나의 그 글은 이 글의 촉발 기제였을 뿐이고, 이후 이 글은 그 글과는 다른 생명력으로 살아남고자 하니까 말입니다

 

[리뷰] 어둠의 현실을 품고 온 돌아온 배트맨 프리퀼의 완결작

 

 
▲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메인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배트맨'의 프리퀼(그 이전의 일들을 다룬 속편) 삼부작 시리즈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 나이트>(2008)에 이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는 이미 지난 두 편 이후의 작품들과 완전한 차별성을 지니는 독자적인 영화다.
 

이 프리퀼 3부작 시리즈 역시 작품 하나하나가 독자성을 갖는 반면, 캐릭터 설정이나 서사의 주요 모티브를 공유한다. 또는 지난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의 재 캐스팅을 통해 전체적으로 영화의 원활한 전개에 힘을 싣는다. 완전히 다르지만은 않은 '배트맨 시리즈'라는 연속성을 쓰기 위한 모종의 전제들이 가정되며, 결과적으로는 그 자체로 완전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나아간다.

 

1. 생각보다 별로인 악당인가? : '베인'이란 막강한 존재

 


▲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스틸 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조커를 맡았던 배우 히스 레저는 채 영화 촬영을 완성하지 못한 채 그 조커 자체로 화하고 떠났다. 우리가 히스 레저의 조커에 감탄하고 경애해 마지않는 것은 실상 히스 레저라는 배우가 조커 그 자체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조커라는 인물을 히스 레저가 연기한 게 아니라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가 존재할 뿐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히스 레저는 조커라는 이름을 초과했고, 조커는 이 초과의 잉여 아래 영원히 조커의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는 곧 그 존재감을 말한다. 그는 상황 속 인물이 아닌 상황 자체를 만드는 인물이 됐던 것이다. 이는 무대 위에서의 완벽한 존재감으로 빚어진 인물의 연기와 같다.

 

 
  
▲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스틸 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히스 레저를 대신할 악당 베인(톰 하디 분)의 존재감은 오히려 다른 차원에서 그 차이를 두며 빚어진다. 조커가 삶을 양 갈래의 선택만이 있는 게임의 법칙 아래 적극적으로 즐기고자 하는 광기와 이성이 교차 공존하는 매우 특이한 인물이었다면, 이번 영화에서 강조되는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한 영향력의 적 베인은 오직 어둠 자체를 내면화하고 거기서 지극히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인물이다. 미소 속에 가려진 분노와 유희 속에 가려진 잔혹함을 가진 조커와 다르다.

 

베인은 양면이 아닌 매우 강력한 어둠(악) 그 자체이다. 그래서 조커가 빛과 어둠의 보통 사람의 삶의 양면을 위태롭게 저울질하는 메피스토펠레스와 같은 신화 속 존재였다면, 베인은 모호하고도 신비로운 인물이 아닌 현실적 존재임에 틀림없다. 이는 곧 제 3세계의 주요 테러 분자로 규정된 인물이나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강력한 실질적 지도자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베인이 조커에 비해 매력이 없다면, 이는 이번 영화가 진정한 현실의 공포를 현상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트맨이 빛보다는 어둠 속에서 활약하고, 다른 영웅들과 달리 빛과 어둠 사이에서 갈등 끝에 탄생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말해주듯 이 베인의 악 역시 하나의 단순함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2. 속편의 한계인가? : 어둠에서 기어 나온 존재인 베인이 만든 어둠의 왕국

 


  
▲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스틸 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베인이 영화 속에서 '시민들에게 고담시를 돌려준다'는 것은 자신이 이 게임의 판의 주재자가 아닌 신자본주의의 자본의 쏠림 현상을 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의 모두의 평등한 사회로의 변화를 꾀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중국 문화혁명의 인민재판의 광경과 같이 시민들의 재산을 갈취해 온 부르주아들을 재판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따라서 마치 영화는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보다, 베인의 점령에 따라 시대를 퇴보한 것 같은 배경을 맛보게 한다. 배트맨조차 어찌할 수 없는, 참혹한 현실이 세계를 뒤덮었을 때를 현실감 있게 접근하고자 한다.

 

이 어둠 속에서 기어 나온 존재 베인은 '어둠 아래 있고자 하는 브루스 웨인'인, 배트맨(크리스찬 베일 분)이 점유하는 어둠을 마치 환영처럼 바꿔버린다. 곧 배트맨의 어둠은 하나의 감상주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스틸 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예고편에 잠깐 나오듯 베인의 배트맨 길들이기('배트맨이 완전히 무장 해제 당해 고난을 겪는 모습')가 시행되고, 배트맨은 절대 어둠을 향해 극한의 공포와의 싸움에서 진정한 배트맨이 되기 위한 일련의 통과 의례를 겪는다. 그리고 이는 이후 그 둘의 싸움에도 반영된다.

 

브루스 웨인이 영화상에서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배트맨으로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것은, 베인과의 특별한 관계에서 얻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동시에 베인이 제시한 완전히 이 빛의 환영이 없는 어둠의 현실에서 얻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스틸 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가 선택이라는 인생의 커다란 전제가 되는 함수를 제시하며 삶 자체를 은유하는 흥미로운 인물로서 게임 판과 같은 현실을 만들고, 이 안에서 배트맨을 포함해 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했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이 멸망에 놓인 지구의 운명이라는 '종말 서사'의 유형을 따르면서 동시에 이 어둠을 만든 장본인인 베인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게 한다. 이 어둠을 더듬어 나가야 하는 인류의 지난한 고투라는 과정의 서사 아래, 인류, 곧 고담시의 시민들은 고독한 개인이 아닌 연대하는 자의 삶에 놓이게 된다.

 

만약 이 부분을 영화를 지루하게 하는 것이라 판단한다면 그 판단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어둠의 실재적인 서사'가 가진 고유한 특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환영 대 실재의 대별되는 가치를 놓고 삶의 가치를 다시 마주하게 하는 게임이 아닌 현실의 이념들을 안고 돌아왔다.

 

3. 불친절한 연출일까? : 액션의 새로운 지점들...

 

 
  
▲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스틸 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마지막으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액션은 단지 액션으로만 남는 곧 공허함을 선사하고 마는 것이라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여기에는 배트맨의 액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둔탁한 슈트를 갖춰 입은 배트맨의 의상은 그 시리즈마다 공통적으로 그 싸움마저 매우 둔탁한 느낌으로 만든다. 이 둔탁한 싸움은 베인이라는 거대한 적과의 싸움에서 극대화되는데, 이 둘의 싸움이 매우 직접적인 싸움의 형태로 드러나야 함은 이 영화가 환영보다는 실제적인 감각이 전해지는 가운데 일종의 배트맨의 다시 쓰기 전략(가령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가장 강력한 배트맨이 아닌 치열하게 치고받는 인간적 싸움을 하는 배트맨의 모습)이 감행되고 있음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반면 이 육탄전을 제하고 수려한 액션은 가령 기존의 차 대신 나는 차 '더 배트'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이 나는 차가 가동되며 나오는 특별한 사운드와 함께 등장하는 더 배트는 영화상에서 앞으로 펼쳐질 액션 서사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스틸 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또한 캣 우먼 '셀리나 카일' 역을 맡은 배우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의 늘씬한 모습은 마치 연인과의 열정적인 접촉을 연상시키는 듯 배트맨의 오토바이에 딱 달라붙어 타는 모습으로 분하며, 이로 인해 생기는 쾌감은 꽤 자극적이고도 신선하다. 한편 그 오토바이가 방향을 급선회할 때 바퀴가 이탈했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 그리고 배트맨이 베인이 아닌 다른 몇 명의 적들과 싸울 때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하나의 흐름 아래 액션을 완성 짓는다거나 하는 이미지들은 기존의 일반적인 배트맨 액션의 쾌감을 잘 보여주는 부분들이기도 하다.

 

반면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고공 액션의 정점을 보여줘서인지, '더 배트'라는 하늘을 나는 차가 배트맨의 기존 차를 대신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다소 이번 작품에는 고공 액션 신이 부족하고, 가령 허공을 풀려나가는 줄에 몸을 맡기고 활강하는 식의 짜릿함을 안기는 액션 신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이렇게 여러 부분으로 배트맨을 보다 보니 어쩌면 영화를 보는 사람들 중에는 당연히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전반적인 영화의 극한 현실에 맞서는 영화의 현실에 쾌감을 느끼면서 그 속에서 또 다른 새로움을 발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스틸 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다소 오랜만에 나온 영화가 어떤 다른 세계를 제시할지에 대해 기대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기대를 막상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해서 그 기대 이하인 이유를 들어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 자체가 무산될 것이라고 한정하며 영화의 사전 기대치를 굳이 무너뜨릴 이유도 없는 듯하다.

 

기대와 실제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관객들 역시 인정할 테고, 또한 그게 성숙한 관객들의 관람 태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영화에 대한 순수한 만족 자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전작들과의 순수한 차이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순수한 자신만의 만족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순수한 차이를 발견하기 위해 관객은 영화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또한 한 명의 개인으로서 그런 순수한 만족과 차이에 대한 발견을 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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