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2.07.14 17:53

▲ 지난 6월 29일, 연극 <본.다> 드레스리허설 장면 [사진 제공=국립극단] (이하 상동)

'본다'는 영어식으로 옮기자면 현재 진행형의 구문이다. 연극은 그리스어theatron의 무언가를 보는 장소에서 유래하고 이는 다시 그리스어 시각thea이나 보다theasthai에서 유래한다.

연극이 곧 보다, '인식'과 '시각'이라는 하나의 특수한 감각과 그 보고 남 이후의 객관성을 담보하는 '거리 두기'와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면, 연극 <본.다>는 이 보다에서 곧 보고 나서의 인식이 성립되기까지의 일종의 과거형의 인식 작용에서 미끄러지는 부분이 있다.

곧 ‘본다’, ‘보고 있다’는 내가 보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내가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정확하게 가리키지 않는다. 곧 나는 내가 보는 현상이나 사물에 휩싸여 있음을 말한다. 이는 어떠면 하이데거의 세계-내-존재의 개념을 상기시킨다. 나와 보는 것의 거리가 형성되기보다 봄으로써 존재하는 나 자신의 현존이 ‘본다’에서 출현한다.

우리말의 보다‧본다가 모두 다양한 함의를 띠며 그리스어나 영어에서 일 대 일 함의의 번역으로 수렴할 수 없음은 이 연극 <본.다>에서 혼란스럽게 자리한다. ‘보다’의 우리말의 경우 시각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행위들의 함의를 갖는다.

본다라는 말 자체에서 출발해 궁극적으로는 메타 연극의 시선을 연극 메소드의 창출로 드러내는 가운데 성립하는 <본.다>는 이 본다는 말에 대한 자의적인 배우들의 생각(인 듯 제시되는, 실제적으로는 워크숍들을 수행하며 탄생한 생각들에 가까울 것이다)이 제시되고 일종의 극중극이 플래시백처럼 재현되며 ‘본다’의 사례를 든다. 그리고 이 사례들은 일종의 이화 작용의 후속적 시선의 덧댐으로만 기능한다.

처음 <본.다>는 배우들이 관객석에서 등장해 현존으로 무대를 성립하는 대신 움직이며 시선을 두어 불안정한 영역에서 관객을 교란시켜 관객이 이들을 응시하는 게 아니라 응시 당하는 관객 스스로를 준비 않은 배우로 무대에 세우는 기묘한 효과를 창출해 낸다.

이후 본다는 질문과 메타적 담론 의견의 교환으로 점철된다. 이른바 본다의 신체가 갖는 수행적 기능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달리기도 하고 일상 사례들의 서사를 줄기차게 안고 가지만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조금 더 정확하게 인용의 과정을 거쳐 담론 연극의 명확한 선분을 제시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리서치 기반 텍스트'를 선보인 윤한솔 연출의 <나는야 쎅쓰왕>과 비슷하고 또 다르다. 칠판에 쓰며 또 책읽기를 수행하며 담론을 제시하는 이 연극은 그 메타적 성격 외에 인용의 전거를 실제화한다), 공교롭게도 본다는 우선 백과사전 류의 보는 것의 경로를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것 이후에는 사르트르의 응시의 개념, 바르트의 사진의 개념 등이 비슷하게 맞물리고 있지만 그 전거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우선 사르트르에 의하면 내가 너를 보는(시선) 동안 내 뒤에서 누군가 나를 보는 것이 응시의 개념이다. 타자의 응시 앞에서 나를 의식할 때 나는 무의식에서 의식의 지점으로 주체적 사유를 점유할 수 있다. 연극 <본.다>에서도 창문 뒤에서 배우들을 또한 관객들을 보는 광경이 나온다. 그리고 관객과 그 관찰 대상이 되는 배우들은 관찰자의 위치가 뒤바뀌는 생경한 경험으로 연대한다.

사진을 찍은 다른 여자들과 현재 존재하는 내 앞의 여자 중에 후자의 중요성을 역설하다 애인에게 차이는 식의 에피소드에서 이 이미지로서 보는 것의 실체에 대한 물음을 꺼낸다. 바르트에 따르면 사진은 과거가 아닌 현재로 현상된다.

이는 카메라 루시다(밝은 방)라는 그의 책 제목처럼 우리에게 전체로 다가오는 특별한 누군가의 이미지와 상응한다. 곧 남자는 여자에게 이 사진의 중요성이 결코 너보다 작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줄 뿐이다. 남자는 사진을 통해 과거를 보관하는 대신 현전시키는 수행적 의식을 치루는 것이다.

본다에 대한 물음은 연극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무대에서의 본다는 슬로터다이크가 언급한 ‘상황-안에-있음을-통한-이해Verstehen-durch-in-der-Situation-Sein’임이 비가시적으로 전제된다.

이 상황은, 곧 배우와 관객이 함께 사유할 수 있는 공간과 인식의 장을 함께 만듦에서 성립한다는 인식은 이 연극 <본.다>가 지닌 하나의 긍정의 의미일 것이다. 곧 연극에 대한, 시각적 체험에 대한 메타적 성찰은, 보는 것의 대상이 아닌 어떤 무엇을 보는 우리의 시각과 그 몸의 현존을 묻는 <본.다>는 완결되기보다 연극에서의 시작점을 새삼스레 다시 알리고 있다.

[공연 개요]
공연명 <본.다>
프리뷰 2012년 6월 30일, 7월 1일 3시 [2회]
본공연 2012년 7월 3일(화) ~ 7월 15일(일) [총 12회]
시간 화~금 20시/ 토, 일 15시/ 월 쉼
장소 소극장 판
작 최진아
연출 최진아
스태프 안무 이경은 / 무대 김대한/ 조명 김성구/ 의상 강기정/ 음악 지미 세르(Jimmy Sert)/ 드라마터그 김민정 / 조연출 신민영/ PD 손신형 출연 장성익, 김수진, 최영도, 이준영, 주인영, 이승주, 김유리, 권령은
예술감독 손진책
제작.주최 (재)국립극단, 극단 놀땅
관람료 프리뷰: 전석 1만원 일반 2만원 | 청소년(만 24세미만) 1만5천원 시리즈패키지 2만 5천원
공연 문의 및 예매 인터파크 www.interpark.com | 1544-1555 국립극단 www.ntck.or.kr l 1688-5966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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