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2.06.22 15:57

<라쇼몽-어쩔 수 없다면> : '호랑이-인간의 체현'

국립현대무용단 <라쇼몽-어쩔 수 없다면>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나무 구조물로 짠 판의 구조물, 조금은 가까이 먼저 제시된 음악 피트 쪽으로 움직임은 이 환영과 현실이 접질리는 층위를 의도적으로 제시하는 측면이 있다. 이미지 구조물을 만들고 거기에 이어 어렴풋하게 등장하는 것이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무용수-비인간의 행동은 이미지와 무용의 상관적 관계를 의도적으로 추구하는 것에 가깝다(이는 다시 말하겠지만 홍승엽 안무가의 클리셰이거나 주요한 안무법이겠다.)

음악은 가야금의 선율처럼 들리는 바가 있었다. 곧 음악이 거세지고 튕기는 스타카토 기법의 연주와 사실 닮은 부분이 있다. 전자음과 연주는 부조응하지만 은근한 고양과 하강이 맞물린 지속의 조화를 이룬다. 이미지와 신체의 긴장 관계가 이 틈새를 가져감을 의미한다. 이 나무 구조물을 갖고 가는 공중을 떠가는 듯한 발걸음에 따라 살랑대는 판자는 굼실대는 움직임으로 화답한다. 여기에 사운드 효과가 비동기화 지점으로 움직임을 만든다.

이미 지어진 집과 그 나무판자를 하나씩 들고 가며 해체하는 건 혼란 상태로 서사의 시작점을 쓰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결과적으로 구조물의 형태/자국만이 남아 있고 이들은 판자를 오브제로, 또한 판자에 대한 자신 스스로를 오브제로 삶아 그 둘이 엮어지며 바이올린 등 현악기에의 음률은 마치 가야금이라는 신체-악기의 절합된 음악-춤의 이상적 형태의 움직임을 지속시켜 나간다.

펄럭이는 새를 재현하는 하잘것없는 몸짓으로 나무판자를 옮기는 이미지로 화했을 때 굉장히 극은 유치해졌다(홍승엽의 안무에서 상징적 이미지들의 출현은 서사를 짜는 것과는 별개의 것임에 분명한데, 여기서 이 상징은 심미적 감각 역시 채우지 못했다). 재현의 층위로 주파수가 맞춰졌고, 움직임은 몸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이 때 무대 객석 뒤에서 빛이 들어오며 누군가 등장했다. 인간이었다. 어둠이 통과하는 오한과 전율의 때리는 감각과 그 감정을 담당하는 뒷머리에 빛이 쏘여 오며 어둠과 빛을 전도하는 기법이 신선했다.

그의 표정은 빛에 싸여 있었지만 이성을 탈각한 모습이었다. 여기서 빛-이미지의 조명 묶음이 관객으로부터 이 무대로까지 번졌다. 멈춤을 해동하는 상징적 장치이기도 했는데, 여기서 움직이는 무용수의 불안정함은 일종의 오차였다.

굼실대는 몸짓은 본격적인 움직임을 향해 예비적인 차원에서 비좁은 상태에서 점점 그 동선을 벌려갔고, 선율의 활강도 강하게 되며 이들의 무의식을 의식으로 상쇄했다. 영혼 없는 좀비는 호랑이 몸짓을 품은 굴신 동작에서부터 터덕거리기와 함께 리듬을 형성하며 몸을 추어올리며 진행됐다.

여기서 서양 악기가 만드는 음악의 위압적인 기표를 무용수들이 내재화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대신 음악이 몸을 지배하는 곧 이들의 외재적 규칙으로 강제성을 띤 형태로 무대화했을까 의문이 생긴다. 음악의 계속된 확장과 긴장은 동작의 행태들을 집산시키고 모호케 만든다. 점점 긴장을 잃어가고 움직임에서 몸짓과 표정은 점점 변해간다.

크게 레이어는 4개 층위로 나뉘는데 악기 피트, 호랑이들의 주효한 몸짓, 무대 상수 쪽 호랑이들의 매개된 몸짓, 그리고 그 앞 구조물의 빛과 함께 찾아 온 사람이 그것이다. 매개된 몸짓은 무대를 뒤덮는 호랑이 몸짓과 인간을 매개하는, 반 정령이자 반 신인 ‘간다르바’ 같은 존재이자, 인간과 호랑이 간 호시탐탐 눈치를 보는 우스꽝스러운 대상이기도 하다.

처음 비-인간이란 개념은 사실 인간이 되어 가는, 인간 이전의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반면 이 굼뜬 몸짓은 구조물 속 인간들과 호랑이들 간에 있는 이들은 호랑이들에 복제된 듯 시차를 형성하는 움직임에 의해 호랑이 몸짓과 시차적 중복을 이루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재현적 움직임에 가깝다.

호랑이의 리듬을 체현하는 것으로써 지속적으로 긴장을 유지하는 대신 이미지 질서와 서사를 붙드는 의지가 오히려 재현의 불충분한 서사를 그린다. 그 움직임은 한갓되다. 호랑이 죔죔, 유희적으로 뒹굴고 노는 움직임 등은 극도로 가시화된 그 음악에 주파수를 맞춘다.

그 이미지로 유희적이면서 호랑이를 메타적으로 풍자하는 시선을 얻은 움직임은 매우 지루한 과정, 의미 없는 몸짓들로 여겨지게 된다. 1막에서는 오직 빛과 비의 멈춤에서 이미지의 한 정점으로 끝을 처리한다. <아큐>에서 가면을 쓴 마스크-인간의 좀비 같은 양태(현대인의 실존을 은유적으로 고찰‧풍자하는)는 홍승엽이 그리는 그 자신의 안무 계열의 페르소나로서 연관성을 맺고 있을까. 이는 매개 장치가 아닌 오히려 진짜 주체라 할 수 있겠다.

<냅다, 호랑이 콧등을 걷어찼다> : '자유로운 무대에의 미적 기입'

국립현대무용단 <냅다, 호랑이 콧등을 걷어찼다>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서로에 대한 응시와 알 수 없는 이끌림, 굼실댐이 있다. 연꽃무늬를 형상화한 무대 바닥을 돌며 그 세계를 임시로 빠져 나와 정적을 만들며 제자리에 위치한다. 시선을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게 시선을 만들고 시선은 어느새 또 다른 시선에 대한 시선으로 거듭나며 시선의 변증법을 쓴다.

앞선 가야금의 어법과 음색은 보이지 않지만 가깝게 이 세계를 지배한다. 모두가 동등한 인간의 평면에 안착한 후 단지 그 호랑이 흔적만이 남은 상황일까. 얼굴 마스크에 정박된 움직임은 원형의 구심력 속에 신비의 옥구슬 굴러가는 것 같은 선율의 신비로움 속에 자취를 남기는 움직임의 규칙을 남기며 시선의 변증법 아래 고양되고 또 지속되어 간다.

뒷걸음질의 중심을 아래로 동시에 뒤로 두는 걷기가 단전에 힘을 모은 기마자세의변형에 가까운 데 반해, 움직임을 표출하면서도 잃지 않는 중심의 자기 정초 행위는 자기로 소급시켜 무게의 축을 공유하며 호랑이-인간의 안무들을 가시화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명씩의 무대와 긴장과 발산의 맥놀이로 변주를 주며 조성되는 사운드에 끊임없는 의식의 황홀경을 만든다.

비어진 무대는 매우 넓고 움직임들은 공간의 큰 범위에서 정위되어야 한다. 멈춤은 지속된 움직임에 끝나지 않은 이어짐이고, 이 멈춤은 탐미적 실존의 자장으로 모든 걸 돌리며 알 수 없는 존재로 이들을 형상화한다.

서사에서 서사가 흔적으로만 존재하는 몸짓들의 향연은 빛의 터널을 통과한다. 명확한 몸과 도취적 모호함 속에 몸짓을 가두고 또 빠져들게 한다. 이들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사유-축을 상쇄한다.

여기서 호랑이과 인간은 다시 서서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며 자유의 깊이를 내재화한 다시 음표-마디의 지속을 이어가며 <라쇼몽-어쩔 수 없다면>과 다름의 자연스런 현장과 결말을 가져간다. 애초에 실존의 처절함 없는 미의 기입은 이 음표와 등가 되는 합치된 세계를 낳는다. 유연함의 기표는 일종의 한국 춤의 패러디이다.

연행된 호랑이-인간의 그 형체를 지운 탈각한 존재함으로, 미소를 띤 채 무대를 수놓는다. 이 합치적 세계(음악과 몸의)는 사유의 발생을 다시 막는다. 직조(엮어 나감)의 움직임에 우아함과 굼실거림의 움직임은 곧 나비의 날갯짓으로 의식을 교란시키는 것과 같았다.

신비한 존재는 이 몸짓에서 얻어지는 것이며 표정은 이 신체에서 무화된 거죽으로 드러나는 게 맞지만 이 환영을 거스르는 유일한 존재가 상대적으로 키 작은 무용수로 의도적인 안무의 전략이었을까, 그 미소 띤 얼굴은 과잉이었다.

초과된 진실 같은 것이 탐미적 속삭임에 의식은 무화되고 끝없는 조합으로 동일선상의 움직임의 계열로 무화되어 갔다. 적확하게 구축되는 바가 전혀 없었던 것, 동작은 반복이었지만 즉흥이 아닌 반복의 제스처(흔적만이 남았던 것)에 불과했던 것이라는 회의를 낳았다.

사실상 국립현대무용단 홍승엽 예술감독의 안무는 서사와 내용에 전혀 함몰되지 않는 미적 움직임 직조에 방점이 찍히고 있었다.

[공연 개요]

 공 연 명 : 호시탐탐(虎視耽耽)
              1부. 라쇼몽-어쩔 수 없다면
              2부. 냅다, 호랑이 콧등을 걷어찼다
 공연기간 : 2012년 6월 15일~17일 (3일3회 공연)
 공연시간 : 평일 오후8시, 주말 오후5시
 공연장소 : LG아트센터(서울시 강남구 역삼1동 679)
 입 장 권 : R석 20,000원, S석 15,000원
 예    매 : LG아트센터 02-2005-0114 www.lgart.com,
              인터파크 1544-1555 티켓링크 1588-7890
 문    의 : 국립현대무용단 02-3472-1420 www.kncdc.kr
 안    무 : 홍승엽
 출    연 : 권민찬 김동현 김영재 김태희 박상미 박성현
              박지민 성창용 신왕호 이소진 이수진 이윤희
              이인규 이지선 임진호 장안리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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