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2.04.09 11:05

 

<자연을 탐(探)하다: 이재효 1991-2012>展이 지난 30일부터 5월 27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0년부터 시작한 성곡미술관의 중견․중진작가집중조명시리즈 9번째로, 2012년 신작을 포함해, 이재효 작가의 지난 20여 년간의 초창기 드로잉, 조각 소품, 설치 작업 200여 점 등 총 3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재효 작가는 주로 땅에 떨어진 자연물이나 버려진 고물의 재 쓰임에서부터 시작한다. 못이나 돌, 나무들을 유기적으로 모아 곡선과 직선의 총체적인 형태로 설치하여 자연의 순환성과 원만함을 띤 구조로 표현해 낸다. 이는 너른 자연의 부분을 절취한 형태라기보다 동일한 계열의 무한에 가까운 재료들을 하나의 세계로 재 포섭하며 형태들의 형태이자 형태들이 형성되는 하나의 원리를 가시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한편 커다란 작품 안에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 것이자, 이는 전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환경의 조건’과의 맞물림 속에서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

 

▲ 나뭇잎들을 실로 엮어 줄줄이 늘어뜨린 작품, 중간에는 빈 공간이 있어 관객이 작품 사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통과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이재효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나무 작업은 1998년 무렵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밤나무‧잣나무‧동백나무 등 다양한 수종을 선택적으로 사용했고, 주로 나이테가 선명히 드러나는 낙엽송을 사용해 그 결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가의 세계는 거창하기보다 소소한 일상들의 자연스런 지향 속에 거대한 규모의 작품들을 담담하게 지속적으로 계속 만들어 낸다.

 

▲ 이재효 작가, 3.29(목)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자연을 탐(探)하다] 기자간담회에서.

 

작가 스스로는 자신의 작업이 변해가기보다 현재와 과거의 특성을 오가는 하나의 작업(과정)으로 생각한다. 보통 열다섯 명의 노동이 벅찰 정도로 작업의 양이 크다. 내비게이션이 길을 잃어버릴 정도의 경기도 양평에 극단에 위치한 ‘지평’이 작가의 소재지로, 그의 집에 직원‧스태프들을 위한 식당이 있을 정도로 대규모로 작업이 일어나며 그에 대한 공동체적 관계가 발생한다. 작가로서는 미술대학 졸업생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방향이 뚜렷해 작가의 생각과 차이를 갖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지역 내 손재주를 가진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작업을 선호한다.


작가의 분류에 따르자면 감성적이거나 이성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두 가지 예술가 타입이 있는데, ‘작업 내용에 파고들어야 하고, 재료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들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작가 자신의 작업 스타일은 전자에 해당한다. 이러한 분류는 낭만주의와 고전주의의 분류와도 상응하는 듯 보인다. 작업이 시작되는 것 역시 논리적인 이론의 뒷받침이나 사유가 아닌  ‘무언가를 보면 나오는(작업으로 연결되고)’ 감각적인 사유에 따르는 구상으로, 이는 작품의 창작의 주효한 모티프와 동기로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작업이 없을 시는 작업 구상에 매달리는 대신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한 자리에 앉아 계속 하는 편이다.

 

 

참고로 작품명들은 ‘01’이 한글로 ‘이’, ‘21-1’이 ‘제’자고, ‘10=1’는 옆으로 누워 있는 ‘효’, 다음은 연도고, 이어 몇 월 달, 몇 번째 작품임을 차례로 표시한다. 작가의 변은 제목을 정하면 그에 맞춰서 작품을 보게 하기 때문에 그에 영향을 안 받고 관객에게 작품을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고, 또한 대부분 이해를 못 하는 대신 더 생각하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는 것이다.

 

 

왜 어떤 돌은 단지 모아져 있고(<0121-1110=1071110>), 어떤 돌은 실에 매달려 있는 것(<0121-1110=1080815>)일까. 작가는 돌이 무겁기 때문에 반전을 준다는 의미로 돌을 매달았고, 바닥에 놓아 둔 돌들 역시 전시장 여건이 허락한다면 매달 생각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매달았거나 그렇지 않은 설치 역시 어떤 빈틈을 허락하고 있고, 후자 역시 일정 부분 바닥에 띄워진 상태로 있다는 것.

 

 

작가는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고 전국광 작가의 작업실에 일 년 반 정도 거주하며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자신과 굉장히 많은 닮은 부분들을 발견했었고,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전국광 작가의 작업 요소들을 작가 자신만의 눈으로 살필 수 있었다.


작가가 생각하는 자신과 비슷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영향이나 모방에 따른 것이 아닌 비슷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데, 그 감성이 자연스레 비슷한 작업을 만드는 것과 연관되고, 또한 자신과 좋아하는 작가에게 자연 영향을 더 받는 부분이 클 수밖에 없다.

 

▲ 못을 박아 만든 작품을 근접 촬영한 것.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못을 활용한 작업이 시작됐는데, 수 백, 수 천 개의 못을 쉼 없이 두드려 박아 만드는 작품은 멀리서 보면 거대하고 표면의 구멍들이 거친 질감을 형성하는 듯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매끈한 금속성의 다듬어진 표면을 갖고 있다. 못 작업은 못을 자르고 단면을 치는 똑같은 작업 방식으로 진행되고, 십몇 년 작업한 결과 거기에 반짝거리는 착시효과 내려고 한 작가의 의도가 반영되었다.

 

 

주요 설치 작품 외에도 작가의 드로잉을 통해 작업의 구상에 대한 생생한 단면을 구경하거나 자연의 재료들로 만든 소박한 모습의 인형 소품들 등 이재효 작가에 대해 색다른 이해를 구성할 수 있다.

 

▲ 박천남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3.29(목)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자연을 탐(探)하다] 기자간담회에서.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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